″``°☆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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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박남준-장금도의 춤**
장금도의 춤 -박남준- 그녀는 다만 한 손을 슬쩍 들었다 놓았다 하늘이 스르릉 치올라갔다가 푹 땅거죽이 주저앉았다 어디서 바람 한 점 스며들었나 그녀가 어깨를 살랑 우줄거리다 한 뼘 감아 올린 외씨 버선코 지구 저편 울음을 삼키던 새 한 마리 파르륵 날아올랐을 것이다 멈칫거리다..
2013.10.03 -
**[국제시단]정해원-운문사 가는 길**
운문사 가는 길 / 정해원 호산을 돌아서 운문사 가는 길에 검은 구름 산을 감아 고개를 넘어오면 후두두 굵은 빗발이 바쁘게 달려간다. 평생을 살아온 게 먹구름 속이던가? 언제나 캄캄해서 앞이 안 보이는데 오늘은 장대비 속을 헤치면서 걸어간다. .....................................................
2013.10.02 -
[가슴의 시]김선태-놋세숫대야
놋세숫대야 ◎김선태◎ 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숫대야가 있다 늙수그레한 어머니처럼 홀로 남아 있다 물을 비우듯 식구들이 차례로 떠나고 시간은 곰삭아 파랗게 녹슬었다 어머니, 볏짚에 잿물 발라 오래도록 문지르면 다시 환하게 밝아오던 그때처럼 추억은 때로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
2013.09.26 -
[맛있는 시] 엄주희-사 과
사 과 -엄주희- 늦은 밤 출출한 뱃속이 잠을 깎는다 두 손에 질펀한 붉은빛이 팔을 휘감아 오른다 한밤이 식탁을 사각사각 갉아댄다 고요가 사과 깎는 손을 집적인다 창밖이 방을 들여다본다 가로등 불빛을 베란다가 베어 먹는다 밤마다 너는 내게 볼록한 허기 잘 익은 ...........................
2013.09.25 -
[국제시단]손순미-적가 가는 길
적가 가는 길 / 손순미 붉은 애기 감 하나 나뭇가지에 꼬옥 안겨 잠 자는 무렵 저 어린 등불을 깨워 길을 물어야 하나 여기가 어디지요 여기는 거기인가요 서로 말을 더듬는 동안 풀벌레 울음 볶아지는 어느 집 부엌이 따뜻하겠다 저녁은 저 혼자 시꺼멓게 냄비를 태우고도 남는다 고요가 ..
2013.09.23 -
[국제시단]손화영-가을편지
가을편지 / 손화영 저마다의 담담한 표정으로 이제는 돌아서야 하는 시간 부서져 허공에 흩어진 메마른 호흡의 잔재 여름내 벌거벗은 우울이 홀로 가지 끝에 올라 가슴을 태운다. 붉게 타는 시간에 매달려 놓지 못한 작은 손 글썽이는 한 잎 회한의 몸짓은 망각의 강을 흐르는 노을이 되..
201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