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
**[맛있는 시]이인원-취우(翠雨)**
취우(翠雨) -이인원- 빗방울 하나 공중 삼 회전 반으로 후박 나뭇잎에 가뿐하게 착지 숨 한 번 돌릴 틈도 없이 다시 풀밭으로 직방 뛰어내리는 앙증맞은 고 발바닥 온통 초록 물감 범벅이고 빗방울, 방울들마다 제 발바닥 잘박잘박 닦아내고 있는 저 흥건한 풀잎 수건, 살짝만 비틀어도 초..
2013.10.19 -
**[가슴의 시]박형권-은행나무**
은행나무 /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
2013.10.18 -
**[국제시단]곽현의-가을, 거기쯤에선**
가을, 거기쯤에선 / 곽현의 잡아보련다 무심코 지나가지만 거기쯤에선 더 놓치지 않으련다 긴 여름, 오랜 장마, 그 작열하던 햇살 녹아난 가을 햇살에서 무너져가고 있는 어느 날 선뜻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회한(悔恨)과 서운함들 자리다툼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저 황금빛 벌..
2013.10.14 -
**[맛있는 시]허만하- '데스 마스크'**
'데스 마스크' -허만하- 바다 위에서 눈은 부드럽게 죽는다. 죽음을 덮으며 눈은 내리지만 눈은 다시 부드럽게 죽는다. 부드럽게 감겨 있는 눈시울의 바다 얼굴 위에 쌓인 눈의 무게는 보지 못하지만 그의 內面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허만하의 '데스 마스크'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
2013.10.12 -
**[가슴의 시]김재혁-바람의 씨**
바람의 씨 -김재혁- 아주까리씨 하나를 입에 넣고 잘게 씹는다. 입에서 한 무더기 꽃이 피어난다. 입은 점점 더 커져 풀무가 된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생각이 피워 올리는 폭포, 한 톨의 아주까리씨가 풀무를 돌린다. 꽃의 너울 속으로 넘나드는 바람의 혼절한 모습, 지나온 ..
2013.10.10 -
**[맛있는 시]이태수-저녁 강**
저녁 강 -이태수- 해가 발묵법의 그림처럼 서산마루에 걸린다 강물은 불콰해진 몸을 떠밀며 흘러간다 강가에 모여 서 있는 흰머리갈대들은 헐렁해진 제 삶을 허공 깊이 밀어 올리는지, 저희끼리 서걱서걱 온몸을 비비댄다 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옷자락을 부여잡다가 놓아 버리는 나..
201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