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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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강성은-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상하고 아름다운 -강성은- 창문이 열려 있었다 커튼이 흔들리고 있다 그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금이 간 안경알이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 침대가 있다 그 옆으로 흘러내린 촛농으로 덮인 나무 테이블이 있었다 벽에 걸린 몇 년 전의 달력이, 마룻바닥 위 여행 가방이 입을 ..
2013.08.29 -
**[국제시단]강영환-그리운 비**
그리운 비 / 강영환 바다로 가는 길을 얼음으로 채운다 눈에 든 핏발을 뽑아낼 수 있을까 타는 입술에 비가 내려 갈라진 마디 붉은 나뭇가지는 불구가 된 팔을 뻗어 풀잎을 쥔다 그을린 벌판, 재만 남은 강물이여 바람은 푸른 치마 펄럭이며 동으로 또는 서로, 미친 머리칼 밑 빠지도록 입..
2013.08.26 -
**[국제시단]오정환-물의 경전**
물의 경전 / 오정환 한 잔의 차가운 물 단순한 목축임만일까 푸르른 하늘 뜻을 따르는 저 순천한 강물도, 바다도 끊임없이 소리쳐 외쳐대는 폭포도 창문에 쏟아지는 소나기도 비 그친 후 한 방울씩 듣는 낙숫물 소리에도 해독할 수는 없지만 경건한 독경소리 스며있는 건 아닐까 바람에 ..
2013.08.19 -
**[가슴의 시]엄원태-노 래**
노 래 / 엄원태 가설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것 턱을 땅바닥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거나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었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목줄에서 놓여..
2013.08.16 -
**[맛있는 시]성선경-연밭에서**
연밭에서 / 성선경 하늘이 맑은 것은 자주 울기 때문이라고 나도 눈물을 머금고 먼 하늘 우러러본다. 젖은 발목으로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 진흙의 깊은 수렁 어떻게 건너왔는지 뿌리 깊은 마음의 상처들이 얼마나 큰 구멍으로 자릴 잡았는지 아는 이 누구 하나 없다고 울다 눈물 걷..
2013.08.14 -
**[국제시단]김미령-리듬 사이에 숨다**
리듬 사이에 숨다 / 김미령 리듬 사이에 몸을 숨긴다 한 모금과 두 모금 사이 순간 넌 네 앞에 가로막힌 문을 밀고 누군가는 유리잔을 놓친다 보일 듯 말듯 멀리서 다가오는 망설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푸른 자물쇠 방금 열정이 지난 뒤의 얼굴을 하고 한 모금 두 모금 하루 밤과 밤 사이..
201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