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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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유승도-침 묵**
침 묵 / 유승도 골바람 속에 내가 있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려하지 않았으므로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도 않았다 골짜기 외딴집 툇마루에 앉아 한 아낙이 부쳐주는 파전과 호박전을 씹으며 산등성이 너머에서 십년 묵언에 들어가 있다는 한 사람을 생각했으나 왜 그래야 하는지..
2013.11.02 -
**[맛있는 시]이문걸-영혼의 물소리**
영혼의 물소리 -이문걸- 자정 무렵 내 귀는 비로소 속살까지 젖는다 자질구레한 일상의 迷夢들이 한 겹씩 허물을 벗고 깊은 샘의 시린 물맛처럼 슬픔조차 맑게 빛난다 어둠의 가루를 살라 방안 가득히 불을 모으고 자정쯤 다시 귀 기울이면 뼛속까지 환히 트이는 청정한 영혼의 물소리 -..
2013.11.01 -
**[국제시단]안효희-10월, 건기**
10월, 건기 / 안효희 오래된 비밀을 털어 놓으려 그림을 그린다 잘못 풀어놓은 비밀은 지우개로 지운다 지우개는 지우는 게 아니라 어둠속에 흰색을 입히는 것 미처 진동으로 돌려놓지 못한 까닭으로 기침이 나고 울음이 터진다 지붕을 잃은 것들이 벼랑을 향하여 떨어진다 사랑에 함부로..
2013.10.28 -
**[가슴의 시]류인서 - 별**
별 - 류인서 - 만일 네가 혼기 꽉 찬 아가씨라면 네 집 담장 위에다 꽃 핀 화분 대신 유리 항아리를 올려놔주렴 행인들 중 몇은 이날을 기다려 찾아온 젊은이. 그중 발 빠른 손이 항아리를 집어 던져 깨뜨릴 테니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혼례의 승낙을 구하려 네 집 대문을 두드릴 테니 ........
2013.10.26 -
**[맛있는 시]이시영-구럼비의 바다**
구럼비의 바다 -이시영- 2012년 3월 19일 오후 6시 5분, 제주해군기지부지 안 구럼비 너럭바위가 천지를 진동시키며 폭파될 때 근처에서 맑은 눈을 또록또록 뜬 채 바다에 나간 어미를 간절히 기다리던 달랑게 한 마리도 산산조각 나 그 뼈가 공중에서 하얗게 흩어지는 것을 사제들도, 주민..
2013.10.25 -
**[국제시단]박진규-초가을**
초가을 / 박진규 퇴근길 전철에 자리가 나 앉았다 내 어깨 팔이 옆 사람 어깨 팔과 닿았다 아, 따뜻하다 내 체온이 건너가고 옆 사람 체온이 건너온다 부디 몸을 떼지 마세요 옆 사람도 스산했던지 가만히 있다 어쩔 수 없으므로 서로 모른 척 앞을 보고 있다 허공의 참새처럼 쪼롬히 앉아 ..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