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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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박정애-찔레꽃**
찔레꽃-전자올겐 찔레꽃 / 박정애 꽃은 야하고 바람은 난잡하여 꽃 앞에 침묵하지 않으면 무릎 끓지 않으면 꽃의 말은 들을 수 없지 목련이 하얗게 웃는 건 하얗기 때문이나 찔레꽃이 하얗게 핀 건 아파서 가 아니지 세상 어떤 꽃인들 웃지 않으랴만 늘 웃고 살지만 그건 그렇게 할 따름 ..
2013.05.20 -
**[맛있는 시]김경숙-보수동 가을에 물들다**
보수동 가을에 물들다 -김경숙- 구덕산을 내려온 억새꽃이 그림자를 앞세워 보수서점에 든다 주인장 눈썹에 앉은 꽃은 훈장이다 홀씨 하나가 낡은 책을 들추면 발효된 말씀들이 단속하는 이 없는 문턱 너머 번지수를 기억하는 곰팡이들과 조우한다 이미 고물이 된 교과서 대륙을 횡단하..
2013.05.18 -
**[맛있는 시]해 연-광안대교**
광안대교 / 해 연 빛난다 직선과 곡선이 어둠의 도시 위에 올려진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 환한 얼굴에 허전한 하루를 올려놓는다 바다 위에 없었던 다리 피곤한 창 너머 눈부신 보석 상자로 어둠을 사르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 가진 사연들이 저처럼 빛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
2013.05.16 -
**[맛있는 시]박권숙-몰운대**
몰운대 -박권숙- 다대포 저녁 안개는 빈 갯벌을 채우고 다 채우지 못한 장군의 수심으로 자욱하다 장군도 아득한 저녁 이 안개를 보았을까 저 입산 금지령의 적단풍숲 사이로 어둠은 첨병처럼 숨어 올라 왔을까 빛나는 죽음 앞에서 나는 얼마나 어두운가 석양을 총대처럼 멘 초병의 등 뒤..
2013.05.15 -
**[국제시단]도순태-길 위의 행려(行旅)**
길 위의 행려(行旅) / 도순태 내비게이션이 꺼졌다 과속으로 달려온 눈앞의 길이 모니터 속으로 더 빠르게 사라졌다 경계의 속단추를 촘촘하게 채운 길은 멈추고 싶은, 내리고 싶은 곡경曲徑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사라진 길에서 길을 찾는다 예던 길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 많던 길..
2013.05.13 -
**정일근-냄비밥을 하면서**
냄비밥을 하면서 / 정일근 냄비밥을 해 먹어 본 사람은 안다 쌀을 물에 즐겁게 불리는 일부터 냄비에서 밥물이 끓는 절정의 찰나를 긴장 놓치지 않고 기다릴 때까지 이건 물과 불과 시간을 아는 일이며 이건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센 불로 끓이고 중불로 익히고 약한 불로 뜸 들이..
201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