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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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김현승-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
2016.10.03 -
**[아침의 시]김사인-장마**
장 마 ◈김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
2016.07.02 -
**[아침의 시]성선경-밥벌**
밥 벌 ◈성선경◈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2016.05.06 -
**[아침의 시]함민복-숟가락**
Autumn Wind - Bandari 숟가락 ◈함민복◈ 숟가락아 넌 뭘 먹고 사니? 먹여 줌을 먹고 산다고 꼭 어미들 같구나 그래 그래 불 물 나무 쇠 흙 해 달 공기 다 어미지 다 숟가락이지 목숨이 타고 가는 배 한 척이지 시집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시인생각) 中 ---------------------------..
2016.04.22 -
**[아침의 시]신경림-세밑**
세 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
2015.12.31 -
**[아침의 시]박소영-마른풀**
마른풀 ◆박소영◆ 바람에 흔들리다 강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건 얼음물 속 어린 고기들 이야기 들으려는 것이겠지 하늘연못에 머리칼 헹구고 고개 젖히는 것은 가뭇없이 날아가는 새들 이별을 마중하기 때문이리라 하늘 높이 떠 있는 해에게 물어보는 말 아무리 맡아도 싫지 않은 ..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