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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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423>김지윤-서귀포 오일장에서**
Blue Waters-Ernesto Cortazar 서귀포 오일장에서 ◆김지윤◆ 매일 비워졌다 또 밀물 차오르는 모래톱처럼 닷새마다 꼬박꼬박 열리는 오일장 가을감자 파는 좌판 할머니 앞에서 한 푼, 두 푼 버릇처럼 감자 값을 깎다 하영 주쿠다(많이 줄게요), 하며 감자 자루 내미는 부르튼 손 검은 흙 낀 손톱 ..
2015.06.10 -
**[행복한 시]<422>폴 엘뤼아르-연인**
Blue Waters-Ernesto Cortazar 연 인 ◆폴 엘뤼아르◆ 그녀는 내 눈꺼풀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은 내 머리칼 속에. 그녀는 내 손의 모양을 가졌다, 그녀는 내 눈의 빛깔을 가졌다, 그녀는 내 그림자 속에 삼켜진다. 마치 하늘에 던져진 돌처럼. 그녀는 눈을 언제나 뜨고 있어 나를 잠자..
2015.06.08 -
**[행복한 시]<420>김록-철거**
Himekami - Bathed In Moonlight 철 거 -김 록- 24톤의 집이 무너졌다 지은 집이 폐기물이 되는 데 33년이나 걸렸다 무너진 곳을 가보니 인부가 감나무터에서 오줌을 싸고 있었다 오래된 뿌리에, 무엇을 들이대며 거름도 되지 못할 그 같은 짓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성(誠), 인(仁), 인(忍)을 ..
2015.06.05 -
**[행복한 시]<419>정다운-납작**
So Close to You - Francis Goya & Damian Luga 납 작 -정다운- 은퇴한 아버지는 유명 카페 가맹점을 냈다 커다랗고 똑같은 간판이 싫단다 하지만 아무도 간판 보고 찾아오지 않는다 지도앱을 이용하지 어쩌다 한 번 이메일을 받았다 검색창에 내 이름을 넣어도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는 말 널 치면 ..
2015.06.05 -
**[행복한 시]<418>박우담-물의 결**
< 물의 결 ◆박우담◆ 1 너는 노를 젓고 있다 물을 노크하고 있다 너는 물을 벗겨내고 있다 노를 저어 물의 척추를 간질이고 있다 척추는 고요를 깨트리고 있다 입에 재갈을 물린 듯한 템포 빠른 호흡을 하고 있다 너는 노를 젓고 있다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아갈 방향으로 결을 따..
2015.06.05 -
**[행복한 시]<417>박소란-아아,**
아아, -박소란- 담장 저편 희부연 밥 냄새가 솟구치는 저녁 아아, 몸의 어느 동굴에서 기어나오는 한줄기 신음 과일가게에서 사과 몇 알을 집어들고 얼마예요 묻는다는 게 그만 아파요 중얼거리는 나는 엄살이 심하군요 단골 치과에선 종종 야단을 맞고 천진을 가장한 표정으로 송곳니는 ..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