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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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노준옥-북어책을 읽다**
북어책을 읽다 / 노준옥 (…) 국어시간엔 지리멸렬한 국어책 대신에 웃고 있는 북어 한 마리를 책상에 꺼내놓고 난 국어보다 북어가 좋아요 난 북어를 공부할래요 하며 속으로 은근히 키득거렸으리라 국어 선생님을 북어 선생님으로 보며 혼자 즐거웠으리라 국어가 〈북어〉가 되고 국사..
2012.11.13 -
**[아침의 시]정삼조-억 새**
억 새 / 정삼조 억세게 운 없던 사내 죽어 억새 되었다네 울어줄 사람 없어 저 혼자 흔들흔들 울고 있다네 살아서 외로웠던 사내 모여 억새 되었다네 볼품없는 꽃일망정 질기게 피워 그 꽃 구름처럼 모여 있다네 흔들려도 흔들려도 꽃씨 날려 흔들린다네 운 없는 자손 불리면서 흔들린다..
2012.11.12 -
**[아침의 시]최정례-우주의 어느 일요일**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
2012.11.10 -
**[행복한 시]<025>포루그-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포루그 파로흐자드◈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나의 작은 밤 안에 적막한 두려움이 있어 들어 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 들어보라 ..
2012.11.09 -
**[아침의 시]심보선-식후에 이별하다**
식후에 이별하다 / 심보선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
2012.11.09 -
**[행복한 시]<024>김태형-기러기**
작은새 - 이수미 기러기 ◈김태형◈ 이제 막 도착한 듯 한시름 놓아 날고 있는 기러기떼를 올려다봅니다 한 해에만도 일만 킬로미터쯤 날아간다지요 아마 그들이 날아온 그 뒤쪽이 아득합니다 살아갈 힘을 다해 우랄 산맥을 두고 온 그쪽 하늘은 그러니까 내겐 헤아릴 수 없는 거리입니..
201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