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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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김요아킴-아내 2**
아내 2 / 김요아킴 단 한 차례의 결정적인 나의 수비 실수로 마운드의 눈빛은 흔들렸다 연이어 적막을 가르는, 유독 야성이 빛나는 상대방의 안타 행진 결국 동점을 만들고야 주춤했고 바짓가랑이 사이로 쏘옥 빠져나간 그 공이 못내 첫사랑처럼 아쉬워 글러브를 낀 손은 조급함으로 흥건..
2012.11.06 -
**[아침의 시]나짐 히크메트-진정한 여행**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2012.11.02 -
**[아침의 시]안상학-국 화**
국 화 / 안상학 올해는 국화 순 지르지 않기로 한다 제 목숨껏 살다가 죽음 앞에 이르러 몇 송이 꽃 달고 서리도 이슬인 양 머금다 가게 지난 가을처럼 꽃 욕심 앞세우지 않기로 한다 가지 잘린 상처만큼 꽃송이 더 달고 이슬도 무거워 땅에 머리 조아리던 제 상처 제 죽음 스스로 조문하던..
2012.11.01 -
**[아침의 시]김길녀-꿈꾸는 엘리베이터**
꿈꾸는 엘리베이터 / 김길녀 하나 둘 손가락 자국이 늘어날 때마다 내 몸 속에서는 빛깔을 알 수 없는 풀들이 쑥쑥 자라났다 풀섶에서 나의 아침과 저녁은 엘리베이터를 탄다 어쩌다가, 걷잡을 수 없는 두통이 찾아오고 운명만은 아니라고 탈출도 시도해보지만 나로 인한 슬픔은 차마 볼 ..
2012.10.31 -
**[아침의 시]박응석-우주를 꿈꾸며**
우주를 꿈꾸며 / 박응석 ... 별을 헤아리며 지상 탈출을 꿈꾸며 우주여행을 꿈꾸며 1초에 겨우 30만㎞ 달리는 빛의 보폭과 속도는 너무 느려 우주여행은 곤란해 우선 북두칠성 저 너머 250만 광년 멀리 있다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 타원형 아름다운 빛구름을 두른 안드로메다 대..
2012.10.31 -
**[아침의 시]기형도-엄마 걱정**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
201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