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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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송 진-서생역**
서생역 / 송 진 오래된 세탁기 안에 꽃 한 송이 떨어져 있다 흰 암술을 울타리처럼 둘러싼 검은 물방울 꽃잎 네 장 재즈의 자유로움처럼 흘러가고 싶어라 물병자리 별 속에서 외치던 그 마음이 물방울 세탁기 속에 얌전히 앉아 있다 같이 흘러갈 것인지 짙은 눈썹에 말없이 서 있는 서생역..
2012.08.20 -
**[아침의 시]정일근-녹 비**
녹 비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 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
2012.08.19 -
**[아침의 시]권 환-미 소**
미 소 / 권 환 머리 위 바구니엔 구공탄 일곱 개 손에는 얼간조기 세 마리 붉은 석양 햇빛을 등에 이고 빙글빙글 언덕 위로 올라가는 여인 -권환 시전집 '깜박 잊어버린 그 이름'에서- ++++++++++++++++++++++++++++++++++++++++++++++++++++++ ▶권환(1906∼1954)=경남 창원 출생. 일본 야마가타고, 교토제국대..
2012.08.18 -
**[아침의 시]노혜경-슬퍼할 권리**
슬퍼할 권리 / 노혜경 슬퍼할 권리를 되찾고 싶어. 잔잔하게 눈물 흘릴 권리 하며, 많은 위로를 받으며 흐느껴 울 권리, 핑핑 코를 풀어대며 통곡할 권리. 지나친 욕심일까-그러나 울어 보지 못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아니야 울고 싶은 마음조차 ..
2012.08.17 -
**[아침의 시]최영철-금강수 한 병**
금강수 한 병 /최영철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느냐 길은 막히지 않더냐 가로막는 돌무더기 없더냐 그 물속에 뭘 숨겼는지 캐묻지는 않더냐 다른 물 섞어 흔들지는 않더냐 내가 그때 한탄강 너머 띄워 보낸 안부 편지 받아보았더냐 그래 이리 부지런히 달려온 것이냐 맑은 개골산 노래 실..
2012.08.16 -
**[아침의 시]이브 본느프와-미완성이 절정이다**
미완성이 절정이다 ⊙이브 본느프와⊙ 파괴하고, 파괴하고, 파괴해야만 했다. 구원은 그 대가로써만 이루어졌다.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벌거벗은 얼굴을 파괴할 것, 모든 형태 모든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 완성이란 입구이므로 완성을 사랑할 것, 하지만 알게 되면 곧 그것을 부정할 것, ..
201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