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아침의 시]문태준-내가 돌아설 때**
내가 돌아설 때 /문태준 내가 당신에게서 돌아설 때가 있었으니 무논에 들어가 걸음을 옮기며 되돌아보니 내 발자국 뗀 자리 몸을 부풀렸던 흙물이 느리고 느리게 수많은 어깨를 들썩이며 가라앉으며 아, 그리하여 다시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이 무거운 속도는, 글썽임은 서로에게 사무..
2012.08.31 -
**[아침의 시]이정모-미 송**
미 송 / 이정모 누가 나무에는 생각이 없다하는가 집을 짓고 그늘을 들이는 목수의 마음은 그가 키운 업이지만 사정없이 잘려나가는 가지를 위해 수액을 바르는 나무의 타협을 보라 나무는 숭고하다 문드러지는 속엣말 듣지도 못하면서 그늘과 목재를 제 마음대로 재단하며 사람의 욕심..
2012.08.28 -
**[아침의 시]박청륭-수 국**
수 국 / 박청륭 여름 한낮 검은 구름 소나기가 내렸다. 남산 삼릉골 마애관음보살을 적신 비는 멎고 날은 곧 개었다. 말랑한 살갗 향긋한 젖내음 바람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붉은 노을 구름 위에 눈만 감아도 만져지는 뽀얀 어깨살 드러낸 수국 한 송이 -시집 '카인의 부적'에서- ++++++..
2012.08.27 -
**[아침의 시]이상개-황금빛 정적-인생행로**
황금빛 정적-인생행로 / 이상개 지상의 가장 쓸쓸한 때를 골라 별들은 뼈를 묻는다 우리들은 울음을 묻는다. 별의 그림자가 자라서 그리움으로 솟구칠 때 우리들의 울음도 아름답게 타오른다.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라도 걸어서 하늘까지 닿고 싶은 서늘한 인생의 꿈을 아는지 모르는..
2012.08.24 -
**[아침의 시]이정록-줄 탁(啄)**
줄 탁(啄) / 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시집 '제비꽃 여인숙'에서- ++++++++++++++++++++++++++++++++++++++++++++++++++++++++++ ▶이정록=1964년 충남 ..
2012.08.23 -
**[아침의 시]최원준-월전리**
월전리 / 최원준 내 손 안의 바다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 달빛 하나. 그 사이로 월전리, 익숙하게 서 있다. 월전은 그 입장 그대로, 나는 나대로, 무심히 그대로이다. 파도치는 검은 집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동리를 보면, 동해바다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시치미 떼는 밤바다와 그..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