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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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박지웅-어깨너머라는 말은**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깃털 같은 말 먼먼 구..
2016.11.18 -
**[시있는 아침]김금용-완전범죄**
완전범죄 ◈김금용◈ 청둥오리 한 마리가 호수에 빠진 하늘을 밀며 간다 푸른 동아줄을 목에 매고 삼각형으로 물길을 쪼갠다 물살은 쫓아가며 재빠르게 부서진 하늘과 흰 구름을 거둬 낸다 붉은 잉어가 못 본 척 물밑으로 숨어든다 ---------------------------------------------------------------- ▶김..
2016.11.16 -
**[시있는 아침]최금녀-네모 확인**
네모 확인 ◈최금녀◈ 지리산에서 날아온 눈 소식 한 컷 폭설로 길을 잃어버린 얼간이 새가 눈 속에 빠뜨리고 간 여린 알 산수유 열매가 저 혼자 눈 속에서 부화하는 이 겨울 지리산에서 보내온 눈 소식 한 컷 ------------------------------------------------------------- ▶최금녀=(1939~ )1998년 《문예운..
2016.11.15 -
**[시있는 아침]이승희-패랭이꽃**
패랭이꽃 ◈이승희◈ 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 간다지. 저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는 싸리문 사이로 샘물 같은 웃음과 ..
2016.11.10 -
**[시있는 아침]서동균-가면 축제**
가면 축제 ◈서동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축제에선 울긋불긋한 깃털 달린 가면을 쓰지 축제를 위해 새가 되는 거야 지상에서 너와 나는 멀어 솟구쳐 하늘을 날면 가까워지는 느낌이야 무라노 섬이나 부라노 섬에서 빨갛고 파란 가면을 쓰고 한밤에 불타다 너울에 휩쓸리지 곤돌라..
2016.11.09 -
**[시있는 아침]배옥주-붉은 난을 치다**
붉은 난을 치다 ◈배옥주◈ 칼바람이 난을 치네 바람의 모필이 능선을 일으키네 둥근 달집 속으로 날개를 태우며 불새들이 날아가네 묵향을 물고 가는 수천의 부리 마지막 한 획까지 서늘한 화염을 휘갈기네 붉은 발목 자르고 달아나는 억새 절명의 숨소리로 불의 낙관을 찍네 벼랑..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