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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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장석남-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장석남◈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
2016.11.29 -
**[시있는 아침]조현석-주머니 많은 옷**
주머니 많은 옷 ◈조현석◈ 주머니를 뒤집어도 주머니가 생긴다 불룩한 주머니와 홀쭉한 주머니의 차이는 오른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다, 가끔 예외일 때도 있지만 누구는 주머니를 쓰레기 무덤이라고 발행인을 겸임하고 있다. 온기가 사라진 주머니는 공동묘지다 숨쉬는 것이 없다 ..
2016.11.27 -
**[시있는 아침]조원-두 개의 입술**
Beloved - Michael Hoppe 두 개의 입술 ◈조 원◈ 바람이 나무에게 말하고 싶을 때 나무가 바람에게 말하고 싶을 때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바람은 푸르고 멍든 잎사귀에 혀를 들이밀고 침 발라 새긴 말들을 핥아준다 때로는 울음도 문장이다 바람의 눈물을 받아 적느라 나무는 가지를 뻗어 하늘 ..
2016.11.24 -
**[시있는 아침]주용일-세한도**
세한도 ◈주용일◈ 고독해 본 사람은 안다 삶이 제 몸 속에 제 이빨 박아 넣는 일이라는 것을 흙벽에 걸린 양파가 제 살 속에 흰 뿌리를 밀어 넣어 푸른 목숨을 부촉하는 겨울 빈들에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분다 고독이란 제 자리에서 꿈쩍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형벌이어서 적막한 사방..
2016.11.23 -
**[시있는 아침]왕유-대숲에서**
대숲에서 ◈왕 유◈ 어둠이 깃든 대숲에 홀로 앉아서 거문고 줄 튕기며 휘파람 부네 이 숲의 주민들은 알지 못하리 밝은 달이 찾아와서 비춰주고 있음을 -------------------------------------------------------------- ▶왕유=(王維·701~761)山西省 汾陽 출신 중국 당 시대의 화가, 산수화의 수묵선염법을 ..
2016.11.22 -
**[시있는 아침]육근상-가을비**
가을비 ◈육근상◈ 너무 어릴 적 배운 가난이라서 지금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제는 더 늙을 것도 없이 뼈만 남은 빈털뱅이 아버지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드셨는지 붉게 물든 옷자락 흩날리며 내 옆자리 슬그머니 오시어 두 손 그러쥐고 우십니다 산등성이 내려온 풀여치로 우십..
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