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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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김언희-시인의 말**
시인의 말 ⊙김언희⊙ 책을 끝내는 것은 아이를 뒤뜰로 데려가 총으로 쏴버리는 것과 같아, 카포티가 말했습니다. 은둔자는 늙어가면서 악마가 되지, 뒤샹이 말했습니다. 웃다가 죽은 해골들은 웃어서 죽음을 미치게 한다네, 내가 말했습니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훌륭한 시를, 용서할 ..
2014.09.16 -
**[시있는 아침]성미정-대머리와의 사랑2**
대머리와의 사랑2 ⊙성미정⊙ 그의 머리카락이 뇌 속으로 자라고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저 그를 보면 대머리라고 낄낄대느라고 바쁠 뿐이다 그는 뇌 속으로 머리카락이 엉켜 폭발 직전인데 빗질조차 할 방법이 없다 어떤 참빗 같은 손이 그의 뇌 속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
2014.09.13 -
**[시있는 아침]김혜순-유령학교**
유령학교 ⊙김혜순⊙ 나는 유령학교에 근무한다 이 동네에선 유령 된 지 10년 지나면 자동으로 제도권 유령이 된다 나는 신참 유령들에게 수업을 한다 (…) 관 속에서의 우울증 극복법이라든지 지하 시체보관실에서 더운 공기를 내뿜지 않는 법 사막에게 잡혀가도 미라가 되지 않는 법이..
2014.09.11 -
**[시있는 아침]유홍준-그의 흉터**
그의 흉터 ◇유홍준◇ 흉터는 뚜껑이다 흉터는 자물통이다 흉터는 그로부터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다 뚜껑 중의 뚜껑, 한 인간을 잠그고 있는 흉터는 아무도 열지 못한다 만능열쇠마저 소용없다, 금고털이도 불가능하다 흉터는 외부에서 열지 못하는 뚜껑이다 흉터는 그의 밀실이다 흉터..
2014.09.07 -
**[시있는 아침]김중식-모 과**
모 과 -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
2014.09.04 -
**[시있는 아침]최승자-마 흔**
마 흔 -최승자-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 같은 평야로구나 (…)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