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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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고훈실-굴거리 나무**
굴거리 나무 ◈고훈실◈ 우산을 접는다 해진 얼굴을 달고 익숙해진 눈발 속 헝클어진 것들을 생각한다 베네치아 수제 레이스는 격자 창살을 달고 있다 여자의 손 끝에서 흰 창문이 하나씩 태어날 때 심장이 몇 올씩 빠져나간다 닫힌 우산 속에 오래 신음한 표정이 얼어붙고 지금은 우두..
2016.04.18 -
**[가슴의 시]공광규-수종사 풍경**
< 수종사 풍경 ◈공광규◈ 양수강이 봄물을 산으로 퍼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과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을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
2016.04.18 -
**[가슴의 시]유지희-둥근 우주 1**
둥근 우주 1 ◈유지희◈ 새벽 풀밭에서 방울방울 맺힌,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동그란 언어의 우주와 마주한다 찰나의 풀잎과 교감(交感) 해 뜨기 전 적막 속으로 동그란 우주는 소멸하고 다시 피안으로 이르는 둥근 우주 -------------------------------------------------------------- ▶유지희=(1959~ )淑..
2016.04.11 -
**[가슴의 시]유치환-춘신(春信)**
춘신(春信) ◈유치환◈ 꽃등인 양 창(窓)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
2016.04.04 -
**[가슴의 시]서규정-낙화**
낙 화 ◈서규정◈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 ▶서규정=(1945~ )전..
2016.04.04 -
**[가슴의 시]허충순-오해**
오 해 ◈허충순◈ 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이제 오해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제 오해로 갈 수 있는 사람도 없으리라 나이 칠십은 오고가는 사람이 보이고 잔정 주듯이 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 ▶허충순=(1945~ ) ..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