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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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이명우-호상**
호 상 ◆이명우◆ 오남매가 모여서 누가 어머니를 모실까, 상의하였다. 다들 모시지 않는 이유를 들이밀었다. 장례식장에 오남매가 다시 모였다. 관에 매달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구십 넘은 노모는 제 집을 찾은 양 너무나 편안하게 누워 있다. 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장의사가 수..
2016.02.29 -
**[가슴의 시]최명란-쌀 위에 쓴 편지**
쌀 위에 쓴 편지 ◆최명란◆ '당신 수고' 베란다에 늘어둔 벌레 생긴 쌀 위에 오그라든 손가락으로 쓴 그대의 편지 그대가 내게 건넨 최초의 호명 그대가 내게 전한 최후의 인사 비장하고 아릿한 그 한 마디에 우리가 알처럼 들어앉았던 풀숲에서 산고양이가 울음으로 답했다 자연이 되어..
2016.02.23 -
**[국제시단]정성환-봄동처럼**
봄동처럼 ◆정성환◆ 손이 얼고 귀가 시려도 잡히는 뭐라도 움켜쥘 힘은 애초부터 과욕이고, 날려가지 않게 납작 엎드리며 생생한 겨울의 공포를 견디는 게 고작이었다 버티어 줄 가림막 하나 없는 곳에 태어나, 가슴에 머문 부끄러움이 노랗게 저려질 때쯤 그제사 품어 준 대지를 생각..
2016.02.22 -
**[가슴의 시]홍윤숙-난이 피던 날**
난이 피던 날 ◆홍윤숙◆ 아직 발이 시린 이월 어느 날 아침 수증기 서린 유리창 앞에 푸른 도포 차림의 선비 세분이 상아로 세공한 부채를 들고 말없이 단아하게 서 계셨다 나는 너무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허리 깊이 꺾고 절하였다 그 청아함에 눈부시어 감히 반..
2016.02.15 -
**[국제시단]황다연-봄을 깨운 새**
봄을 깨운 새 ◆황다연◆ 겨울 냉기 부리로 쪼아 봄을 깨우고 날으는 새 연록색 나래짓 공기처럼 가볍다 햇살은 진주빛 기름 나뭇가지마다 바를 때 아무것도 감출 수 없는 사랑인 듯 살아있는 길 아릿한 숨결마다 향주머니 열려 있는지 키 낮은 물소리 몇 줄 안개 속에 움직인다 ------------..
2016.02.02 -
**[국제시단]정선우-그 여자**
그 여자 ◆정선우◆ 낯익은 몸짓이 뭉개졌다 껍질만 남아 나비날개처럼 접힌 희끗한 기억의 비늘을 줍는 맨발의 통점은 불쑥불쑥 자랐다 핏기어린 기억 아직 붉다 일정한 거리로 물끄러미 이곳과 그곳 먼, 은진 물그림자 너머로 걷는다 시간 밖에 있는 혼잣말 부르기 위해 입술을 다물었..
201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