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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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장철문-창을 함께 닫다**
창을 함께 닫다 ◆장철문◆ 달이 참 좋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창을 닫다가 엉거주춤 딸아이를 불렀다 이런 건 왜 누구한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 아이가 알아차렸는지 엉거주춤 허리를 늘여 고개를 내밀었다 ---------------------------------------------------------------- ▶장철문=(1966~)전북 장수 ..
2015.09.23 -
**[국제시단]정갑숙-한솥밥**
Unspoken Words - Hiko 한솥밥 ◆정갑숙◆ 하늘 높은 날 밤나무가 밥을 퍼 놓았다 가시 밥그릇 소복소복 늦봄 하얀 꽃불 연기 솔솔 피워 한여름 푸우푸우 뜸을 들이고 가을에 잘 퍼진 알밤 고봉밥 다람쥐 들쥐 멧돼지 바둑이 사람 초록별 가족 한솥밥 먹는다 밤나무가 지은 고소한 밥. -------------..
2015.09.21 -
**[가슴의 시]박준-지금은 우리가**
지금은 우리가 ◆박 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박 준(..
2015.09.14 -
**[국제시단]조성범-한가위**
한가위 ◆조성범◆ 인류가 다녀가고부터 달을 성자처럼 여기고 따르던 사람들은 기댈 곳을 잃었다 더 이상 신비로울 것 없어 대보름 한가위도 예전 같지 않다는 사람들 달이 뜬다 유년의 일들이 튀밥처럼 터지는 오늘은 팔월 한가위 풀 한 포기 없다는 사실에도 잊었던 동화가 되살아나..
2015.09.14 -
**[국제시단]이석래-틈새**
틈 새 ◆이석래◆ 온기 없는 벽을 향해 콘크리트 못을 친다 박히지 않으려는 억지 부린 고집 꺾고 메마른 가슴 같은 벽 조금조금 박힌다 단단히 굳어버린 시멘트 철근 틈새 야문 것 속에서도 트이는 숨통 길은 시원한 금강산 폭포 액자를 걸 못이다 어느덧 딱딱하게 굳어져 가는 머리 갈..
2015.09.07 -
**[가슴의 시]이혜선-불이(不二), 서로 기대어**
불이(不二), 서로 기대어 ◆이혜선◆ 고속도로 달리다가 나무에 기대고 있는 산을 보았다 허공에 기대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배를 타고 청산도 가는 길에 물방울에 기대는 물을 보았다 갈매기 날개에 기대는 하늘을 보았다 흙은 씨앗에 기대어 피어나고 엄마 젖가슴은 아기에 기대어 자..
201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