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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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이현주-영도**
영 도 -이현주- 엄마는 때때로 화려한 수가 놓인 스란치마를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 날이면 줄줄이 매달린 육남매도 매몰차게 뿌리쳤다 스란자락에 아이들 땟국물이라도 묻을세라 치맛자락을 홀치고 얼른 대문을 나서면 큰언니 양팔에 갇힌 동생들은 울다불다 섬이 되었다 그 뒤로 한참..
2015.10.27 -
**[국제시단]김임순-시월**
시 월 -김임순- 하루해 꼭지 따면 물살처럼 급히 돌아 한 눈 팔 새 없이 거두고 비워낸다 들판은 자글거리며 지친 몸을 말린다 짙어진 그늘마다 바람 끝 감아 돌고 하늘이 아우르던 느티나무 붉은 물빛 떨어져 누운 그리움 아득한 봄날 저편 사는 일, 허덕이며 돌부리 채이는 일 눈 맞춰 가..
2015.10.19 -
**[가슴의 시]김춘수-바람**
바 람 ◆김춘수◆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 풀밭에 나뭇가지에 보일 듯 보일 듯 벽공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일러스트/송준영 ------------------------------------------------------------- ▶김춘..
2015.10.19 -
**[가슴의 시]송종규-유리창**
유리창 ◆송종규◆ 누군가 또박또박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누군가 내 눈을 감기고 누군가 내 입에 재갈을 물린다 엄청난 우레도 지나가고 잔잔한 미풍도 흘러갔다 얕은 계곡과 녹색 잎사귀들이 비스듬히 햇빛 쪽으로 기운다 어떤 후회나 흔들림도 없이 누군가 또박또박 내 밖으로 걸..
2015.10.13 -
**[가슴의 시]박목월-임**
임 -박목월-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 ▶박목월=(1916~78) 경상북도..
2015.10.08 -
**[가슴의 시]유안진-달물을 마신다**
달물을 마신다 ◆유안진◆ 달물을 마신다 물 한 그릇을 창가에 놓아둔다 갈증이 가신다 밤이 좋은 까닭이다 달뜨지 않는 밤에도 깜깜 내 속에는 달[月]이 밝으니까 동리 운수도인(東里 雲水道人)께서 명월여시(明月如是) 넉자를 써 주신 본뜻이리. -----------------------------------------------------..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