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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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곽재구-무화과**
무화과 ◈곽재구◈ 먹감색의 작은 호수 위로 여름 햇살 싱싱하다 어릴 적엔 햇살이 나무들의 밥인 줄 알았다 수저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맞이하는 나무들의 식사시간이 부러웠다 엄마가 어디 가셨니? 엄마가 어디 가셨니? 별이 초롱초롱한 밤이면 그중의 한 나무가 배고픈 내게..
2016.08.15 -
**[국제시단]우은진-새 것은 상처를 만든다**
새 것은 상처를 만든다 ◈우은진◈ 1 외할머니 장롱 속에 쌓여 있는 새 옷들이 슬픔을 다시금 상류로 끌어왔다, 몇 년 전 이웃에서 옮겨온 한 벌마저 새뜻해서 스웨터와 셔츠들이 멀끔한 모습으로 노인들의 손에 들려 또 뿔뿔이 떠나갔다, 앞으로 더 많은 임종을 지키려고 하는 듯이 2 당..
2016.08.13 -
**[가슴의 시]이병일-풀과 생각**
풀과 생각 ◈이병일◈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란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조용히 부르짖었다 -----------------------------..
2016.08.08 -
**[국제시단]서관호-남해도·15- 적소(謫所)**
남해도·15- 적소(謫所) ◈서관호◈ 고향땅 돌아보면 유배객이 떠오른다 섬 기슭 외딴 집은 그 옛날 적소인 듯 밤이면 뽀얀 등불이 애간장을 녹인다. 사람은 누구나가 더불어서 산다지만 진정으로 사는 것은 혼자서 사는 거다 만들던 자기 그릇을 완성하며 사는 것. 낮은 집, 작은 방에 노..
2016.08.03 -
**[가슴의 시]김언-고향**
고 향 ◈김 언◈ 진주에서 온 시인은 진주에서 늙어 갈 터이네. 갯벌에서 온 시인은 갯벌에서 죽어 가듯이 서울에서 온 시인은 서울에로 돌아가려고 채비를 서두르네. 선생님 고향은 어디세요? 없어요. 사라져 버렸어요. 갯벌에서 거품이 꺼지듯이 간간이 올라오는 어린 게의 눈만 보인답..
2016.08.03 -
**[가슴의 시]엄재국-점등**
점 등 ◈엄재국◈ 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멀리 가을까지 닿은 전선에 늙은 호박 골골이 환합니다 -------------------------------------------------..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