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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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이동호-연 못**
연 못 / 이동호 바람이 뜰 안을 걷는다 닫힌 연못의 귀가 열리는 시간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수면이 반응한다 수면 위의 저 무수한 나이테들 한 그루 나무였을, 연못의 전생을 본다 조금씩 흔들리는 연못은 내가 사랑하는 관음이거나 안부조차 물어오지 않는 보살이어서 나는 수면이 그리..
2013.06.03 -
**[맛있는 시]권정일-범어사**
To The Children - Denean 범어사 /권정일 비내리는 범어사 섬세한 대웅전 맞배지붕에서 딱 한 마디 一行詩 비가 뛰어 내린다 법우法雨다 바위는 숨 쉬고 법당은 흐른다 짙은 운무를 뚫고 금정산이 걸어 나온다 미륵불 끌고 놀란 범어가 등운곡으로 탁발을 간다 등꽃 줄기에 친친 감겨 공중에 못..
2013.06.01 -
**[국제시단]이선형-위로 없이**
명상곡-마음의 눈 위로 없이 / 이선형 아무것도 없는 데보다야 은행나무 있는 창 옆으로 앉지 바람이 가려지고 사람들과 섞이면 어째서 혼자 있을 때보다 더 불안한 거냐 어제 낮에 마주한 상대는 네 마리 비둘기였지 건너편 건물 난간에 모여서서 벽에 기대어 증명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
2013.05.27 -
**[맛있는 시]윤상운-용두산 공원에서**
용두산 공원에서 -윤상운- 작은 수박덩이 같은 여름은 낮 소주에 취한 영감들의 입에서 벌겋게 단내를 풍기며 갈라진다 수박덩이 속 같은 공원을 불볕으로 채우고 여름은 사람들의 까맣게 탄 근심들로 채우고 여름은 수박씨처럼 단단하게 여물어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윤상운의 '용두산..
2013.05.26 -
**[가슴의 시]이근배-벼루를 닦으며**
벼루를 닦으며 -이근배- 어느 불구덩이에서 용암이 흘러 이 많은 물결을 타고 다듬어진 돌이겠느냐 소(疏)를 올리던 서릿발 같은 마음이 돌에 갈려 패여졌거니 누더기져 검게 풀리는 먹물은 바로 역사의 찌꺼기구나 썩고 무너지던 왕조에서도 먹을 갈아서 한지를 적시던 곧은 뜻은 살아..
2013.05.24 -
**[맛있는 시]김석규-태종대에서**
태종대에서 /김석규 오륙도 쪽에서 이슬비가 날아오고 있었다. 등대를 지나 말없이 따라 걸으며 부끄럼을 그렇게도 타던 소녀라 할까 여인이라 부를까 맛도 없이 삼켜버린 스물 하고도 몇 살 아직 바다는 푸르고 발밑에 파도는 부서지는데 몰래 숨어서 마셔버린 젊은 날 사랑 그것을 사..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