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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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김영미-두 부**
두 부 / 김영미 1 그러니까 상고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총인구수를 알고 싶다면 두부를 먹어본 사람의 수를 세면 되리라 2 여기 두부가 있다 무색무취에다 자의식이 없는 두부는 돼지비계에 붙고 김치에 붙고 쓸개와도 어울린다 어떤 맛도 주장하지 않는 두부는 모든 ..
2012.10.08 -
**[아침의 시]마종기-들불의 율동 - 잭슨 폴락 전시회**
부산송도해수욕장-2012부산 비엔날레 작품20점이 전시됨 (10월21일부터) 한태주 - 하늘연못 들불의 율동 - 잭슨 폴락 전시회 / 마종기 많이 아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아픈 것보다 더 아픈 것보다 더 아픈. 황홀하고 어지러운 밤낮의 취기에서 뛰어나가 헤매며 머리 부딪혀 피 흘리는 맹..
2012.10.05 -
**[아침의 시]이재무-감나무**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
2012.10.05 -
**[행복한 시]<010>이상희-눈물 소리**
눈물 소리 ◆이상희◆ 오래 울어보자고 몰래 오르던 대여섯 살 적 지붕 새가 낮게 스치고 운동화 고무창이 타도록 뜨겁던 기와, 검은 비탈에 울음 가득한 작은 몸 눕히고 깍지 낀 두 손 배 위에 얹으면 눈 꼬리 홈 따라 미끄러지는 눈물 소리 들렸다 - 울보야, 또 우니? 아무도 놀리지 않던 ..
2012.10.05 -
**[행복한 시]<009>레미 드 구르몽-낙엽**
낙 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
2012.10.03 -
**정진경-행복A**
행복A / 정진경 신부의 얼굴은 여백이다 화가가 그려 넣지 않은 표정 위에 내 몫의 행복을 그린다 비비새 날개 위에 정지된 눈을 그린다 행복은 그려져 있는게 아니라 그리는 것이다 갯벌의 무늬를 토해낸 입술을 그린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한 시간이 남긴 흔적, 부서진 말들이 산란한 노..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