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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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제 노래에 취한 새**
제 노래에 취한 새 / 김충규 제 노래에 취한 새가 잠을 잔다 어둠 속에 섞인 빛을 끄집어내듯 잠 속에서도 새는 노래의 리듬을 타고 있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끄덕끄덕 졸면서도 추락하지 않는 건 그 리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지은 노래를 무수히 듣고 살아온 내게도 새처럼 저런 순간..
2012.09.20 -
**[행복한 시]<004>에밀리 디킨슨-새들은**
새들은 ◇에밀리 디킨슨◇ 새들은 네 시- 그들의 여명에- 공간처럼 무수한 대낮처럼 무량한 음악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소모한 그 힘을 셀 수가 없었다 마치 시냇물이 하나하나 모여 연못을 늘리듯이 그들의 목격자는 없었다 오직 수수한 근면으로 차려입고 아침을 뒤쫓아 오..
2012.09.19 -
**한창옥-참호A**
참호A / 한창옥 은밀한 척후병처럼 이어폰을 꽂고 저 먼 전화벨소리 사이에서 지하철 좌석을 탐색하지 공간의 수축과 이완, 방심은 금물이야 좌측 우측 고립되는 정보혁명의 낯설지 않은 손과 귀를 접고 소통이 되는 것은 또 다른 풍경일 뿐 패각류처럼 무심한 감각의 껍질을 닫고 보이지..
2012.09.19 -
**[행복한 시]<003>김남조-옛 연인들**
옛 연인들 ⊙ 김남조⊙ 지난 세월 나에겐 시절을 달리하여 연인이 몇 사람 있었고 오늘 그들의 주소는 하늘나라인 이가 많다 기억들 빛바랬어도 그 각각 시퍼렇게 멍이 든 심각성 하나만은 하늘에 닿았고 오늘까지 살아 있으니 그들 저마다 어찌 나의 운명 아닐 것인가 그 시절 여자들은 ..
2012.09.17 -
**임 윤-동해의 일몰**
동해의 일몰 / 임 윤 북으로 뱃머리를 돌린 크루즈선상에서 블랙홀로 빨려드는 일몰을 보았네 수평선에 걸린 해가 굴곡진 파도의 머리위에 삼각구도 직선 길을 펼쳤다네 육지를 향해 점으로 사라지는 고깃배 한 척 저 배를 따라가면 함경도 어느 바닷가에 닿겠지 어둠의 문양 스멀스멀 ..
2012.09.17 -
**진명주-사경(寫經)을 하다**
명상음악-아침의 소리 사경(寫經)을 하다 / 진명주 사경을 한다 뻐꾸기도 쉰 목을 가다듬는 축시 난간 위 바구니에는 말라버린 석류가 지구본처럼 앉아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손톱 밑이 까매진 여자 분갈이를 하고 있다 씨알 굵은 구근 몇 개 마음이 비탈지다 ..
2012.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