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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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008>문정희-얼어붙은 발**
얼어붙은 발 ◆문정희◆ 큰 거울 달린 방에 신부가 앉아 있네 웨딩마치가 울리면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향해 곧 첫발을 내디딜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 텅 비어 있고 아무 장식도 없는 곳 한번 들어가면 돌아 나오기 힘든 곳을 향해 다른 신부들도 그랬듯이 베일을 쓰고 순간 베일 속으로 빙..
2012.09.28 -
**신경림-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 신경림 길을 잃어야겠다 돌아가길 단념하고 낯선 처마 밑에 쪼그려 앉자 들리는 말 뜻 몰라 얼마나 자유스러우냐 지나는 행인에게 두 손 벌려 구걸도 하마 동전 몇닢 떨어질 검은 손바닥 그 손바닥에 그어진 굵은 손금 그 뜻을 모른들 무슨 상관이랴 -시집 '뿔'..
2012.09.27 -
**[아침의 시]이채영-보석찾기**
보석찾기 / 이채영 하천의 바닥에 맨발로 서렴 바위 속의 별들과 꽃들이 깨어져 떠내려 와 미끌미끌 흥얼거리며 소용돌이치잖니 빛으로 서야만 볼 수 있는 광채를 위하여 개미총처럼 달라붙은 외로움에 투항해 보렴 그곳에 가려고 구입한 지도에서 별이 쏟아지는 지점을 반짝거리는 눈..
2012.09.27 -
**[행복한 시]<007>황지우-거룩한 식사**
Unspoken Words - Hiko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
2012.09.26 -
**[행복한 시]<006>상희구-대구사과**
대구사과 ◇상희구◇ 인도라는 사과는 최고의 당도에다 씹히는 맛이 하박하박하고 홍옥이라는 사과는 때깔이 뿔꼬 달기는 하지마는 그 맛이 너무 쌔가랍고 국광은 나무로 치마 참나무겉치 열매가 딴딴하고 여문데 첫눈이 니릴 직전꺼정도 은은하게 뿕어 가민서 단맛을 돋꾼다 풋사..
2012.09.24 -
**[행복한 시]<005>김종삼-묵화(墨畵)**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1921∼84)황해도 은율 출생 1954년 『현대예술』에 <돌각담> 발표 1957년 전봉건, 김광림과 ..
201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