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아침의 시]신달자-열 애**
열 애 /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
2012.01.29 -
**[아침의 시]박라연-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
2012.01.26 -
**[아침의 시]김수우-흰 꽃**
흰 꽃 / 김수우 해운대 샛골목 쪽문 국수집 퇴색한 신발장에 우묵우묵 구름들 모여 있다 빙하기에서 도착한 길이 낮은 문지방을 넘는 소리 안데스로 떠나는 길이 깨진 탁자 미는 소리 그 옹골진 파문을 디디고 신발장 위 늙은 난에서 꽃이 피었다 죽은 자들이 우리를 위하여 올리는 향불..
2012.01.19 -
**[아침의 시]안도현-너에게 묻는다**
하모니카-IF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 ▶안도현=1961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매일신문,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
2012.01.19 -
**[아침의 시]정삼조-그믐밤**
그믐밤 / 정삼조 서산 언저리 그믐달 아슬히 지는 밤에 말간 별 헤며 들길 걷고 싶어 이불 걷어차고 앉아 부끄럽구나 빛난 것 아래 알몸으로 울어볼 날이 멀어 -시집 '그리움을 위하여'에서- ++++++++++++++++++++++++++++++++++++++++++++++++++++++++********** ▶정삼조=1954년 경남 삼천포 출생. 현대시학 추..
2012.01.18 -
**이영춘-들 풀**
들 풀 / 시인 이영춘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
201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