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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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김충규-석 양**
석 양 / 김충규 거대한 군불을 쬐려고 젖은 새들이 날아간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나무들은 이미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운 연기 한 줌 피어오르지 않는 맑은 군불, 새들은 세상을 떠돌다 날개에 묻혀온 그을음을 탁탁 털어내고 날아간다 깨끗한 몸으로 쬐어야 하는 맑은 군불, 어떤 거..
2012.02.27 -
**[아침의 시]이하석-폐 교**
폐 교 / 이하석 어둠 속 높이 선 이순신은 전신이 파랗다 온통 바다 아래 잠긴 듯하다 폐교운동장 침범하는 학교 앞 새로 핀 유흥가 불빛 때문이다 어떤 밤에 빨갛게 달아 오른 때도 있다 운동장 안 넘보는 건 취한 불빛만이 아니다 누가 애완하다 버린 짐승들조차 동네 떠나지 않고 그의 ..
2012.02.26 -
**[아침의 시]김형술-보일러, 보일러**
보일러, 보일러 / 김형술 한밤중 어둠 속에 깨어있는 건 굶주린 밤고양이만은 아니다 누구에게 따귀를 맞은 듯 가위 눌린 잠에서 걸어 나오면 어디선가 혼신으로 앓고 있는 목소리 바람 일제히 닫힌 창문 쪽으로 불고 겨울 달빛 고드름으로 서 있는 골목길, 허술한 처마 아래 파아랗게 눈 ..
2012.02.26 -
**[아침의 시]최영철-노 을**
노 을 / 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시집 '찔러본다'에서- ++++++++++++++++++++++++++++++++++++++++++++++++++++++++++++ ▶최영철=1956..
2012.02.21 -
**[아침의 시]김기택-걸레질하는 여자**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도니체티 걸레질하는 여자 / 김기택 걸레질을 하려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 허리와 머리를 깊이 숙여야 한다. 엉덩이를 들어야 한다. 무릎걸음으로 공손하게 걸어야 한다. 큰절 올리는 마음으로 아기 몸에 때를 벗기는 마음으로 닦지 않으면 방과 마루..
2012.02.16 -
**[아침의 시]권혁웅-수 면**
카룰리(Carulli)의 기타-Allegro 수 면 / 권혁웅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시집 '마징가 계보학'에서- ++++++++++++++++..
201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