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1333)
-
**[詩가깃든 삶]장석주-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
2016.09.26 -
**[시있는 아침]기타하라 하쿠슈-세월은 가네**
Bee Gees-Don't Forget To Remember 세월은 가네 ◈기타하라 하쿠슈◈ 세월은 가네. 빨간 증기선의 뱃머리 지나가듯, 곡물 창고 위에 저녁놀 달아오르고 검은 고양이 귀울림 소리 어여삐 들리듯, 세월은 가네. 어느덧, 부드러운 그늘 드리우며 지나가네. 세월은 가네. 빨간 증기선의 뱃머리 지나가..
2016.09.21 -
**[시있는 아침]이재연-식탁의 주인**
식탁의 주인 ◈이재연◈ 더 이상 그늘을 찾을 수 없는 밝고 환한 기념일에 기대어 어둠이 없는 것처럼 조금씩 웃다가 아파트로 돌아와 오래된 식탁의 체위 위에 동그랗게 엎드린다 유리병 속 바닥에 엎드린 오디처럼 흔하고 향기로운 빛의 층계, 나는 이전의 형질이 아니다 지금은 아무..
2016.09.21 -
**[시있는 아침]강우식-생선 한 마리**
물소리 바람소리 생선 한 마리 ◈강우식◈ 어디서 인연이 닿았는지 부두에서 만난 뒷짐 진 스님의 손에는 생선 한 마리가 쥐어져 있었다. 죄가 업이라면 아예 줍지를 말지. 부라퀴같이 움키고는 왜 뒤로 감추는 걸까. (…) 시정 바닥의 비린내 죄 있어 사는 스님이구나. 죄 없으면 어이 도..
2016.09.21 -
**[시있는 아침]박진규-화엄사 중소(中沼)**
명상곡-물소리 바람소리 화엄사 중소(中沼) ◈박진규◈ 갈겨니는 계속 물빛이어서 계곡이 아무리 유리알처럼 투명하여도 자신은 감쪽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하루 종일 내려다보고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물속을 헤집고 다니..
2016.09.19 -
**[시있는 아침]매슈 아널드-낙담**
낙 담 ◈매슈 아널드◈ 삶의 차가운 바다 위에 쏟아지는 별들처럼 끝없이 작렬하며 비처럼 내리는 사상들, 다른 이들은 알거나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사상들은 나를 위해 한 번도 비친 적이 없지. 사상들은 마치 섬광처럼 내 영혼의 하늘을 비추지만, 계속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
201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