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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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이종암-무논의 책**
내가 꿈꾸는 그 곳, By 배송희 무논의 책 -이종암-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다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
2013.06.22 -
**[국제시단]권정일-생 물**
생 물 / 권정일 나 아닌 나 가 닿을 수 없는 등은 가려운 탑신 등 돌려 면회를 놓고 연필 뒷등으로 긁는다. 둥근 육각이 회초리 칠 때 팔이 닿지 않는 그 기울어진 사원에 종이 울린다. 절벽 종루에 거룩하고 간절한 어느 끼니처럼 기대어 서서 몇 번을 등 구부려 공손해야 할 고픔인가. 몇 ..
2013.06.17 -
**[맛있는 시]김성배-다시 을숙도·1**
다시 을숙도·1 / 김성배 풀잎 조개 하나가 내게 와서 웃는다. 강 건너 나무들이 일으켜 세운 걸음으로 강둑길을 따라 긴 어둠의 내 나이를 뚫고 그림자 손짓하며 온다. 물결 구르는 햇볕 만지작거리며 강폭에 키를 잰다. 섬 지나 마을 들머리 휘어진 삿대 물길에 솟아오른 정자나무 허리 ..
2013.06.15 -
**[맛있는 시]이선형-중앙동**
중앙동 / 이선형 숟가락처럼 닳아서 초승달만큼 닳아서 낮은 문턱을 넘어 밤이 된다 그에게는 내가 모를 무슨 연유가 있을 거다 눈이 부시게 막막했던 한낮 친절하지 않았던 사람들 서성이는 바람 문턱을 넘어 날아온 은행잎 밤의 구두는 얼마나 넓고 깊은지 잴 수 없다 은행나무와 나란..
2013.06.12 -
**[국제시단] 조성래-나쁜 습관**
나쁜 습관 /조성래 랄랄랄, 가족끼리 승용차 타고 동해남부 해안도로 신나게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고리원전만 보면 신경질이 난다 일광 지나 야트막한 산기슭 돌자마자 바닷가저편 돌출 부분 마치 외계인이 사는 이상한 궁전 아니면 버섯구름 모양으로 허옇게 피어나는 고리원전 정겨..
2013.06.12 -
**[가슴의 시]오태환-이런 꽃**
이런 꽃 -오태환-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픈 날 볕바른 데마다 에돌다가 에돌다가 빈 그릇 부시듯 피는 꽃 ---------------------------------------------------------------------- ▶오태환(1960~ )1960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고려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시집으로는 『북한산』(청하,..
201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