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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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허만하-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후박나무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 허만하 내가 조용히 바라보았던 것은 잎 진 실가지 그물 틈새로 나무의자 위에 떨어지는 여윈 햇살 부스러기가 아니라, 비어있는 나무의자보다 철저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녹슨 가시철조망 안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
2012.07.09 -
**(아침의 시)정끝별-오래된 장마**
오래된 장마 / 정끝별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거 잠기고 뒤집힌다는 거 눈물바다가 된다는 거 둥둥 뿌리 뽑힌다는 거 사태 지고 두절된다는 거 물 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거 어린 낙과(落果)들이 바닥을 친다는 거 마음에 물고랑이 파인다는 거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거 ..
2012.07.06 -
**(아침의 시)박남준-흰나비떼 눈부시다**
흰나비떼 눈부시다 / 박남준 나 지금껏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생각했구나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서러워했을 뿐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 오랜 상처를 앓고 난 후에야 두 눈 깊어지듯이 등불처럼 내달은 열매를 키워간다는 참으로 당연한 이치도 몰랐던가 배꽃 지던 날 흰나비떼 흰나비떼..
2012.07.04 -
**《아침의 시》박성웅-모래의 여자**
모래의 여자 / 박성웅 부신 듯한 햇볕에 가늘게 뜬 눈매, 누에고치처럼 여자는 들춰질 옷이 없다. 굴곡 짙은 가랑이를 도의적으로 가리고 스스로의 자리에서 가끔 해풍을 품는다. 포말에서 떠오른 비너스를 옮겨다 놓은 듯 매혹과 몽환을 자아내는 물미역같이 치렁치렁 풍요롭게 흘러내..
2012.07.03 -
**《아침의 시》김규태-쌍계사의 계곡물소리**
쌍계사의 계곡물소리 / 김규태 유월의장마비로넘치는물소리 아무일없다는듯잠들수있을까 이소란을밤내견디기란글렀다 덧문을닫을까 저사나운물의반란속에선 물좋아하는노자도 고개를절래절래흔들 것이다 그어느손인들휘잡지못할 물갈기의날개짓, 돌팍들이물의어금니에물려나뒹군..
2012.07.02 -
**《아침의 시》박성우-어머니**
어머니 / 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
201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