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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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박광배-임진강변 돌비석**
임진강변 돌비석 ◈박광배◈ 지겹고 지겨운 전역 열흘 전 진지투입 나가서 우연히 보았네 박힌 탄환에선 녹물이 스며 나오고 찢겨지고 부스러진 채 비스듬히 모로 선 모습 누구였을까 막다른 비석에 몸을 숨겨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에 벌집으로 죽어갔을 바로 그 모습으로 강가 야산 ..
2016.09.07 -
**[시있는 아침]이외현-명자, 명자꽃**
명자, 명자꽃 ◈이외현◈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 명자가 숨죽이고 서 있네. 개불알풀 고개 들어 노을빛 명자와 눈을 맞추네. 더부살이 골방처녀 늘어진 어깨가 속울음 우네. 명자 눈물방울이 개불알풀 초록 심장을 뒤흔드네. 개불알풀 괴발개발 쓴 연서, 명자 붉게 꽃물 드네. -----------------..
2016.09.04 -
**[시있는 아침]A 뮈세-비애(悲哀)**
비애(悲哀) ◈A 뮈세◈ 힘과 삶을 잃었노라, 친구와 기쁨도 잃었노라 내 천재를 믿게 했던 자만심 또한 잃었노라. 진리를 깨달았을 때, 그것이 친구라 믿었노라 진리를 알고 느꼈을 때 이미 혐오를 느꼈나니. 허나 진리는 영구불멸하노니, 진리를 모르고 살아온 자들은 인생을 모르는 자들..
2016.09.03 -
**[시있는 아침]홍성란-소풍**
소 풍 ◈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 ▶홍성란=(1958~ ) 충남 부여에서 출생.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1989년 《중앙일보》 ..
2016.09.03 -
**[시있는 아침]길상호-차 한 잔**
차 한 잔 ◈길상호◈ 묵언默言의 방 수종사 차방에 앉아서 소리 없이 남한강 북한강의 결합을 바라보는 일, 차통茶桶에서 마른 찻잎 덜어낼 때 귓밥처럼 쌓여 있던 잡음도 지워가는 일,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숙우熟盂에 마음 식혀내는 일, 빗소리와 그 사이 떠돌던 풍..
2016.08.31 -
**[시있는 아침]조병완-꽃잎의 밤**
꽃잎의 밤 ◈조병완◈ 대낮부터 예비된 밤은 깊게 고랑이 졌, 청주에서 안성까지 도로는 깊은 고랑, 기억은 고랑으로 빠져 사라졌, 네게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 사과할 줄 모르는 기억과 용서할 수 없는 기억 사이에서 밤의 고랑은 깊어졌, 계절을 업고 네 위를 건너야 했, 너는 징검다..
201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