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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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조수림-토(吐)한 사과**
< 토(吐)한 사과 ◈조수림◈ 사과가 뿌리에게 진액을 빨린다. 핏기가 가셔 파리해진 사과가 쪼그라들고 오그라들고. 쥐어짠 마지막 한 방울, 사과가 뿌리로 흡수된다. 뿌리 끝에서 진액이 팡팡 터질 때; 늙은 흙이 젊어진다. 봄비에 흘러온 하얀 종이꽃, 바람 타고 가지 끝에 올라앉을 때..
2016.07.04 -
**[시있는 아침]구광렬-인중의 길이**
인중의 길이 ◈구광렬◈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시절, 암모나이트 자갈구이를 먹은 뒤 후식으로 뜯어먹던 꽃 내음을 절벽 쪽에서 맡고선, 길게 손을 뻗어 꽃대를 당겨 곧장 입으로 가져가 생전 닦지 않은 이빨로 원시녀의 귓불을 깨물듯 꽃받침을 깨물고, 설태가 허옇게 낀 혓바닥으로 낭..
2016.07.04 -
**[시있는 아침]고영민-첫사랑**
Beloved - Michael Hoppe 첫사랑 ◈고영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 주었다 ---------------------------------------------------------------- ▶고영민=(1..
2016.07.04 -
**[시있는 아침]오삼록-초사흘**
초사흘 ◈오삼록◈ 그물코가 뚝뚝 끊어질 듯 차, 오르던 숭어는 가고 낡은 배 한 척 바람에 삐거덕 거린다 노을이 벌겋게 내린 강은, 몹시 출렁인다 청둥오리 푸드덕 강을 가르며 날아올라 어둑한 하늘에 별이, 튀밥처럼 터진다 -------------------------------------------------------------- ▶오삼록=(19..
2016.07.01 -
**[시있는 아침]양동식-밥**
밥 ◈양동식◈ 할머니는 평생 밥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밥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이나 먹었는지…) --------------------------------------------------------..
2016.06.23 -
**[시있는 아침]이승하-슬픔의 실체**
슬픔의 실체 ◈이승하◈ 화장터에 가서 뼈 몇 줌으로 바뀌어 나온 자식을 강물에 뿌리는 일은 크나큰 슬픔이다 정신병원에 가서 환자복 입고 희게 웃는 누이동생을 보는 일은 기나긴 슬픔이다 내 삶의 원천이며 원동력인 슬픔이여 너에게 사로잡혀 울게 하지 마라 남의 슬픔을 이해하기 ..
201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