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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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유경희-노마드**
초원을 가로지르는 바람의 노래 노마드 ◈유경희◈ 초지를 찾을 수 없어서 집을 짓기 시작했지 바닥을 놓으니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기둥을 세우니 풍경이 상처를 입는다 지붕을 만드니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낮에는 갈 곳이 없었고 밤에는 무엇엔가 쫓겼어 내가 지상에서..
2016.05.04 -
**[시있는 아침]천상병-약속**
약 속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黃土)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 ▶천상병(千祥炳,1930년~ 1993)시..
2016.05.02 -
**[시있는 아침]심보선-슬픔의 진화**
슬픔의 진화 ◈심보선◈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 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민 끝에 ..
2016.04.30 -
**[시있는 아침]테일러 콜리지-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Yesterday - Giovanni Marradi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새가 뭐라고 말하는지 묻는 거니? 참새와 비둘기,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는 말하지, “사랑해 사랑해!” 겨울엔 새들도 조용해―왜냐하면 바람이 너무 세거든; 뭐라고 말하는지 난 모르지만 바람은 큰 소리로 노래..
2016.04.28 -
**[시있는 아침]송경동-수조 앞에서**
수조 앞에서 ◈송경동◈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
2016.04.28 -
**[시있는 아침]김선태-옛집 마당에 꽃피다**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
201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