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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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김소연-가방 같은 방**
가방 같은 방 ◇김소연◇ 쌀 옆에는 운동화가 있다 생리대 옆에는 오렌지가 있다 과도 옆에는 상비약이 있다 팬티 옆에는 서류봉투가 있다 가방을 열어 변기를 꺼낸다 손수건을 열어 욕조를 꺼낸다 발바닥을 열어 슬리퍼를 꺼낸다 땡볕을 궁리하며 나날이 시커매진다 빨래를 궁리하며 ..
2015.01.28 -
**[시있는 아침]조용미-삼베옷을 입은 自畵像(자화상)**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자화상) ◇조용미◇ 폭우가 쏟아지는 밖을 내다보고 있는 이 방을 凌雨軒(능우헌)이라 부르겠다 능우헌에서 바라보는 가까이 모여 내리는 비는 다 直立(직립)이다 ( … ) 손톱이 길게 쩍 갈라졌다 그 사이로 살이 허옇게 드러났다 누런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치마를 ..
2015.01.22 -
**[시있는 아침]여차여차 그녀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기**
여차여차 그녀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기 ◇월리스 스티븐스◇ 그녀 곁에서, 몸을 비스듬히 기대기, 그녀 팔꿈치에. 이 기제(機制), 이 유령, 가령 우리가 그것을 추정 A로 부른다 치자. 그녀 떠간다 공중 눈 높이, 완전 익명으로, 태어난, 말하자면, 스물 한 살에, 가계나 언어 없이, 오..
2015.01.20 -
**[시있는 아침]정한아-론 울프*씨의 혹한**
론 울프*씨의 혹한 ◇정한아◇ (…) 반짝이는 육각의 표창들이 제 과녁으로 쏟아졌다. 아무도 그의 외투를 위해 투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래 전에도 한 남자의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그에게 가시로 만든 왕관을 씌워준 적이 있다. 그건 그나마 잘 알려진, 따뜻한 나라의 이야기 (…..
2015.01.20 -
**[시있는 아침]맹기호-적송(赤松)**
적송(赤松) ◇맹기호◇ 저와 함께 사랑한 날을 기억하시나요 저에게 해주신 맹세를 기억하시나요 그렇게 바람 따라 가신 날부터 봄이면 송화가루 비단처럼 날려 님 오시는 길 영접하였고 가을 마다 편지에 날개 달아 소식을 보냈습니다. 그 길에 앉아 세월 흘러 곱던 얼굴 지나고 사무치..
2015.01.19 -
**[시있는 아침]이장욱-괄호처럼**
괄호처럼 ◇이장욱◇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너와 함께 살아온 것 같았다. 텅 빈 눈동자와 비슷하게 열고 닫고 창문 너머로 달아나는 너를 뒤쫓는 꿈 내 안에서 살해하고 깊이 묻는 꿈 그리고 누가 조용히 커튼을 내린다. 그것은 흡, 내가 삼킬 ..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