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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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윌리엄 헨리-여유로운 시간**
여유로운 시간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만일 근심에 가득 차, 서서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인생인가.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소들처럼 오래 응시할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며, 다람쥐들이 풀밭에 나무 열매를 숨기는 것을 볼 시간이 없다면. 백주대낮에도, 밤하..
2016.11.29 -
**[시있는 아침]이동화-까치밥**
까치밥 ◈이동화◈ 몸도 허공에서는 길이 되는구나 추운 날 맨살의 몸뚱어리 어디로 가닿으려는가 하늘 위 저리도 앙상한 감나무 가지의 길들 푸른 이파리들을 키워내던 생의 한때를 지나 바람을 힘껏 움켜쥐고 좀 더 멀리 가지들은 다음 생인 봄으로 건너가고 있다 그 고단한 몸짓 사이..
2016.11.29 -
**[시있는 아침]장석남-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장석남◈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
2016.11.29 -
**[가슴의 시조]강경화-메타세콰이어 길에서**
Beloved - Michael Hoppe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강경화◈ 저마다의 속도로 푸른 시간이 흐른다 하늘은 전하지 못해 웅크린 말들처럼 우거진 잎 사이마다 그렁그렁 갇혀 있다 번지는 마음보다 늘 더딘 걸음걸이 그늘 한쪽 휘청일 때 주춤대며 또 멎는다 스스로 일으킨 먼지가 발등을 덮어온다 ..
2016.11.28 -
**[시있는 아침]조현석-주머니 많은 옷**
주머니 많은 옷 ◈조현석◈ 주머니를 뒤집어도 주머니가 생긴다 불룩한 주머니와 홀쭉한 주머니의 차이는 오른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다, 가끔 예외일 때도 있지만 누구는 주머니를 쓰레기 무덤이라고 발행인을 겸임하고 있다. 온기가 사라진 주머니는 공동묘지다 숨쉬는 것이 없다 ..
2016.11.27 -
**[한편의 시조]민병도-그릇**
그 릇 ◈민병도◈ 둥근 찻잔 속에 둥근 달빛 고이듯 꽃 털고 우는 바람, 필시 저 또한 사랑 언제나 저를 버려서 나를 가득 채우는, -------------------------------------------------------------- ▶민병도=(1953~ ) 경북 청도 출생 1976년 한국일보 신문문예로 등단 1978년 '시문학' 천료 시집 <슬픔의 상류>..
2016.11.26